憤怒의 포도=줄거리1
싸움을 하여 사람을 죽이고 4년 동안 형무소에서 형을 치른 톰 조드가 보석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6월 중순이 지난 때였다. 그무렵 오클라호마 일대의 옥수수밭과 목화밭에는 맹렬한 바람이 불어 왔다. 옥수수는 뿌리채 뽑혔는데, 거기에 지주인 회사와 은행측에서는 트랙터로 영농하기 위해 소작인의 토지를 빼앗아 가는 형편이었다. 농민들은 폭풍에 결딴 난 곡식을 눈앞에 보며 수심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톰 조드가 친면이 있는 전목사 짐 케시를 길에서 만나 함께 고향에 돌아와 보니 그리운 집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다. 집은 기울어지고 뜰은 황폐했다. 이윽고 이웃의 마레를 만났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로 톰의 가정은 이곳에서 퇴거 명령을 받고, 여기서 8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백부 존네 집에 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존 백부도 퇴거 명령을 받았으므로 2주일 후에는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마레의 가족도 벌써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으나 그 자신이 고향을 잊을 수 없어 방랑자의 행색을 하고 이 근방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마레는 회사와 은행에 대해 불만이 대단했다. '나를 쫓았으나 안 될 말이다. 나는 유령같이 이 근처에서 돌아 다니겠다' 하면서 자기의 가족을 몰아낸 사람들을 저주하고 원망하였다.
세 사람은 마레가 갖고 있던 토끼를 구워 저녁을 대신했다. 토끼를 굽는 불빛을 보고 농장 관리인의 자동차가 쫓아왔다. 톰은 제가 난 집 근처에서 도망치고 숨지 않아서는 안 되게 되었다. 마침내 셋은 둑 밑에서 한둔을 하지 않아서는 안되게 되었다. 마레가 그 근처에 있는 토굴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새벽에 출발한 톰과 케시는 해 뜰 무렵에 존 백부집에 도착했다. 뜰에서 트럭을 손질하던 톰의 아버지가 아들을 보자, '너 탈옥해 온 것이 아니냐?' 하였다. 집안에서 아침 준비를 하던 어머니도 그런 말을 했고, 할아버지도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창 건방진 나이의 동생 알은 사람을 죽인 형에게 경탄과 존경의 염을 가지고 있었으나 탈옥이 아니고 보석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실망을 하였다. 존 백부는 새벽녘에 리어카에 그릇을 싣고 팔러 갔으므로 집에 없었다.아침 후에 알도 나머지 그릇을 트럭에 싣고 팔러 가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어머니는 빨래를 하면서 톰과 이야기를 하였다.
"캘리포니아는 참 좋은 곳이래. 도무지 춥지 않대....과일이 많고 오렌지 나무 사이에 흰 집이 있고."
"나는 캘리포니아 태생하고 친했는데 그 사람은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그 근방에서 과실을 따는 사람들은 불결한 천막에서 살고 말이 아니래요."
"그럴 턱이 있나? 아버지는 황색 신문의 광고를 보았는데, 사람이 부족해 대환영이래."
"그럴까요? 아마 어머니 말대로 좋은 곳인지도 몰라요."
저녁 때에 가족회의가 열리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백부, 형 노아, 톰, 알, 누이 동생 로쟈산과 그의 남편 코니, 합하면 열 사람이다. 밤 사이에 준비를 하여 이튿날 세벽에 떠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케시가 함께 가자고 했다. 어른 열 명외에도 나이 어린 루시와 윈필드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을 트럭에 태울 자리가 있을 까? 식량은? 그러나 어머니의 주장으로 케시도 동행하기로 되었다. 돼지 두마리를 잡아 소금에 절였다. 트럭에 필요한 살림 그릇이 실려진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떠나려는데 할아버지가 안 간다고 떼를 써서 술로 취하게 하여 트럭에 태웠다.
미시시피에서 캘리포니아 주의 베이카스필드로 통하는 국도가 농민들의 이주 도로였다. 조드 일가를 태운 허드손 트럭도 그 길을 달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모두 피로했다. 그리고 앞날의 불안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코니 부부가 비교적 기운이 있었다. 로자샨은 임신 중이다. 코니가 제 아내를 시중하고 있다. 트럭은 톰과 알이 교대로 운전한다. 처음 보는 대도시 오크라호마 시를 통과한다. 거기서 15마일쯤 가서 해가 졌다. 국도 옆에는 한 대의 포장 자동차가 있고 옆에 작은 천막이 쳐 있었다. 조드 일가도 그 옆에 차를 멈추고 천막을 쳤다.
먼저 천막을 치고 있는 사람은 캔자스 주에서 서부로 이주하는 윌슨 부부였는데 차가 고장이 나서 할 수 없이 일찍 야영(夜營)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엇다. 할아버지를 트럭에서 부축해 내렸다. 그는 차중에서 중병이 일어나 무척 쇠약했다. 얼른 윌슨의 천막으로 데려 갔으나 이내 숨을 끊고 말았다. 의논 끝에 매장하기로 하여 천막 뒤에다가 남자들의 손으로 판 웅덩이 속에 유해를 파묻었다. 케시가 기도를 하였다. 식사를 할 때 케시가 말하였다.
"할아버지는 오늘밤에 죽운 것이 아니다. 그 땅을 떠날 때 이미 죽은 것이다."
윌슨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톰과 알이 고장을 고쳐 주고 조드 가족이 너무 많으므로 할머니와 코니 부부가 윌슨의 차에 타게 되었다. 톰은 트럭, 알은 윌슨의 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윌슨도 동행이 생겨서 기뻐했다. 이렇게 하여 일행은 오클라호마 주를 떠나 텍사스 주에 들어갔다. 거기서 또 뉴멕시코 주로 달리었다.
- 안수길 북간도에 부는 바람-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