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12

2009. 2. 12. 19:39카테고리 없음

1월 5일

통조림이라도 한 통 뜯어야 할까 보다. 아니면 목욕이라도 하든가. 하지만 그렇닥 해서 어지러운 머릿속이 정돈될 것 같지는 않다. 글을 쓰는 것은 그래도 마음을 집중시켜 주니 한결 낫다. 나 지신에게서 도망칠 수가 있다.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은 지가 벌써 몇 시간째다. 목욕을 하지 않은 지도 여러 날째다.

 파출부에게는 휴가를 주었다. 그리고 혼자서 이렇게 집안에 틀어 박혀 있는 것이다. 현관의 초인종이 두번 울렸고 전화벨도 여러 차례 울렸다. 하지만 나는 꼼 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저녁 8시 경에는 예정대로 모리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리스는 그 시간에 꼬박꼬박 맞춰 전화를 한다. 한결같이 불안한 목소리이다.

 "오늘은 그래 뭘하고 지냈소?"

 이자벨이나 디아나, 혹은 꼴레뜨를 만났다고 대답한다. 아니면 음악회나 영화관에 갔었노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오늘밤에는 뭘 할 생각이요?"

그러면 나는 디아나나 이자벨을 만나러 간다든가, 혹은 극장에 갈거라고 내키는 대로 대답한다. 그러나 그는 집요하게 질문공세를 편다.

 "건강은 괜찮소?  잠은 잘 자는 편이요?"

나는 그를 안심시킬 말을 꾸며댄다. 그리고 산에 눈이 많이 내렷느냐고 묻는다.

 "그리 많이 내린건 아니오. 날씨도 왠지 구질구질하구료"

그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울려 온다. 마치 대단한 고역이라도 치르고 있는 사람같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남편은 노엘리가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웃으면서 돌아가리라는 것을, 그들은 그날 하루 생긴 일들을 생기넘친 표정으로 이야기하면서 진토닉이라도 한 잔씩 마실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 아닌가. 나는 스스로 이런 무덤속에 갇히기로 마음 먹었었다. 이제는 밤과 낮ㅈ차 구별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너무 괴로와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술을 마시거나 진정제나 수면제를 먹는다. 기분이 좀 괜찮아지면 각성제를 먹고 추리소설에 빠져든다. 추히소설은 이미 잔뜩 사다 놓았다.

 너무 조용해서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순간도 있다. 그럴때는 라디오를 켠다. 무슨 뜻인지도 모를 목소리, 목소리들이 마치 머나먼 나라에서인 양 흘러 나온다.            -위기의 여자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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