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2. 20:09ㆍ카테고리 없음
대화 혹은 독백
글/이천석
제암산 자락 지하 반 평에 아버지 문패 달으시더니 영 안 오시네요
가기 전에 보고 싶다고 서둘러 시집보낸 막내가 아이를 가졌는데 왜 소식 한번 안주시나요
오늘은 쟁기질 하다 말고 논둑에 앉아 막걸리 부어드리듯 발아래 소주를 한 사발 부어 놉니다
아버지 저 구름이 붉은 것은 내 눈에 물기 때문이 아니라 구름이 소주를 마셔서 그래요
담배는 바람이 다 먹었네요
도랑건너 측백나무 숲에서 오래 울고 간 이름 모를 새, 혹 아버지가 나를 부른 것은 아니지요
엄마도 많이 늙었어요
엄마는 우리 곁에 오래 머물게 해 주세요
이제 겨울인데 덮어 드릴 것 없어 제 마음 한 자락 놓고 갑니다
이승에서 자식 저승에서도 자식 맞지요 꼬-옥 펼쳐 덮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