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2. 20:14ㆍ카테고리 없음
옹이
글/이천석
전화선을 따라 온 어머니 목소리가 떨린다
“그 영감탱이 죽어서 왔단다 야”
순간 멈춰있던 유년의 고향이 촤르르 돌아간다.
빚 독촉 무성하게 자란 새 암치 들녘 낫질해도
가난은 밑동이 잘리지 않고
가도 가도 아득하던 보릿고개 길
갈라진 골목길 따라 소작농 등뼈와 한숨이 모이던 곳
김 영감 곰방대 터는 소리 샛길 잡초도 오그라들던 시절
소달구지 다니던 신작로 따라 바깥세상이 들어오면서
부엌데기 덕순이마져 공순이 되어 떠나고
햇살 지나가는 툇마루에서 북어처럼 말라가던 노인
달 그늘에 숨어 온 딸년 따라 헤엄쳐 가더니
물살 빠른 도회지 5-6년 배회하다
뒷산 끄트머리 상처 내고 숨어버렸다
“그랑께 남의 눈에 피눈물 내면 말년이 고생이여
상주도 없이 불쌍하더라”
어머니 박힌 옹이를 뽑으며 먼 하늘까지 배웅했다던 죽음.
* 새 암치(고향 들판 지명)